[책] 로힝야 제노사이드(이유경, 정한책방)

이전 직장에서 퇴사를 한 뒤, 국경 너머를 신경쓰지 않고 살았다. 6년이 지났고, 우연이 본 '로힝야어' 한 단어에 마음이 끌려 수요일 밤 10시 30분에 진행되는 스터디를 시작했다.
20p 쿠테타가 발발한 그해 2021년 8월 25일 미얀마 주류 시민 사회에서도 로힝야를 학살한 범죄에 대해 군부를 처벌해야 한다는 공동의 목소리가 나왔다. "우리는 로힝야와 연대한다. 억압과 차별에 맞선 그들의 엄청난 투쟁과 연대한다. 미얀마에서 로힝야 권리를 회복할 것을 촉구하며 정의와 책임이 따라야 한다. 미얀마 군부의 면죄부는 종식돼야 한다."
53p 88항쟁 학생 운동 지도자이자 2009년 광주인권상을 옥중 수상한 민 코 나잉조차 로힝야 대학살이 정점에 이르던 2017년 9월 13일 '88세대 기자 회견'에서 "우리는 아웅 산 수치 정부의 로힝야 대응을 지지한다"라고 말했다. "미얀마가 예민한 민주화 과정에 있으므로 아웅 산 수치 정부를 흔들어서는 안 된다"는게 그의 논리였다.
83p '왕년의' 민주 투사들은 성명을 발표했고 "라카인주의 문제는 단순히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의 문제만은 아닌, 그보다는 국가 안보 이슈"라고 강조했다.
121p 미얀마에선 '반군부 민주주의'와 '안티 로힝야', '안티 무슬림'노선이 반드시 충돌하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 약점을 파고든 군부 파시즘에 '민족 불교'와 '민주 진영'모두 굴복한 결과가 로힝야 제노사이드다.
133p 시민의 등급을 나누고, 종교와 인종을 주민 카드에 기록하고, 커뮤니티 간 다툼과 분쟁이 유지되면 군부에 이롭다. ...... 소수 민족 무장 단체는 이제 '군부와 휴전한 그룹'과 '군부와 싸우는 그룹'으로 나뉘게 되었다.
147p 1994년 발생한 르완다 제노사이드 과정에서 후투족 프로파간다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라디오 RTML 이야기를 알 것이다. 후투족은 이 친정부 라디오 RTML을 통해 투치족을 '바퀴벌레'라고 반복적으로 칭했다. 이 같은 '비인간화'를 두고 세네갈 출신의 전 유엔 제노사이드 방지 특별 보고관 아마다 디엥은 "모든 제노사이드는 (타깃 그룹에 대한) 비인간화에서 비롯된다"라고 지적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사회학자인 다니엘 파이어스타인의 <제노사이드 6단계론> 역시 '비인간화'를 통한 '낙인찍기'를 '제노사이드 1단계'에 나타나는 현상으로 설명하고 있다.
| 1단계: 낙인찍기와 비인간화 (Stigmatisation and Dehumanisation) 특정 집단에 부정적 명칭을 붙이고 사회적 낙인을 찍어 인간 이하의 존재로 취급한다. 2단계: 괴롭힘, 폭력, 그리고 공포 (Harassment, Violence and Terror) 물리적·심리적 위협과 소규모 폭력을 가해 대상 집단에 공포심을 심어준다. 3단계: 고립과 분리 (Isolation and Segregation) 게토, 수용소, 특정 지역 등으로 대상 집단을 격리하여 사회 구성원과의 접촉을 차단한다. 4단계: 체계적 약화 (Systematic Weakening) 식량, 의료, 경제활동, 교육 등을 박탈해 생존 능력을 근본적으로 약화시킨다. 5단계: 대량 섬멸 (Mass Annihilation)본격적인 대규모 학살과 물리적 절멸을 실행에 옮긴다. 6단계: 상징적 제정 (Symbolic Enactment) 집단 살해 이후 피해 집단의 존재와 기억을 공동체의 역사에서 지워버리고 가해자의 서사를 주입한다. (파이어스타인의 제노사이드 6단계) |
153p 우리의 식민 경험을 어설프게 빗대어 로힝야가 버마족을 탄압했다라든가, 작금의 로힝야 박해는 그 과거에 대한 인과응보라는 식의 논리를 전개하는 것이다. '오늘' 로힝야들이 학살당하는 와중에도 최소한의 인간적 동정마저 배재한 채 굳이 식민지 부역자 논리를 내리꽂는 불특정 다수의 주류 댓글에서 나는 다시 'K-중화론'을 본다. 우리의 역사적 경험이 다른 모든 역사에도 적용될 프레임으로 섣부르게 들이대는 건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리고 이슬람 포비아 증상을 본다. 미얀마 사회가 넘지 못한 그 증후군 말이다.
171p 로히야 제노사이드 과정에서 미얀마 군이 A라는 로힝야 여성을 강간한 행위는 그여성 개인을 겨냥한 범죄가 아니라, '로힝야 그룹에 속한 여성'을 겨냥한 범죄 행위다. 그 여성은 '로힝야여서 범죄의 타깃이 되었다'라는 의미다.
203p '로힝야 제거 플랜'과정,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무슬림에게(로힝야) 시민권을 제공하지 않는다. 그들은 반군이다.
둘째, 로힝야 인구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점차적으로 그들의 결혼에 제약을 가한다. 아울러, 모든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억합하고 짓누른다.
셋째, 불교도 인구 증가를 독려하여 무슬림 인구를 거뜬히 넘기도록 아라칸에 나탈라 마을을 건설하고 불교도들을 여러 다양한 타운십과 나라 밖(아마도 방글라데시를 지칭)에서 모아 정착시킨다.
넷째, 로힝야들에게 마을 간, 타운십 간 일시적 이동을 허가하는 'Form 4'를 작성하게 한다. 아울러 아라칸 주도인 시트웨로의 여행을 철저히 금지한다.
다섯째, 로힝야에게 고등 교육(대학 교육)을 금지한다.
여섯째, 무슬림은 공무워직에 오를 수 없다.
일곱째, 무슬림은 토지, 상점, 빌딩 등의 소유를 금지한다. 어떠한 재산이라도 그들의 소유권이 있는 것은 몰수하고 불교도에게 배분한다. 그들의 모든 경제 활동을 중단시켜야 한다.
여덟째, 모스크 건축, 리노베이션, 수리 그리고 모스크 옥상 공사는 물론 이슬람 종교학교와 로힝야 가옥들을 금지한다.
295p 방글라데시 당국에 따르면 그해 6월 한 달에만 약 5천 명이 방글라데시로 탈출했다. 이 중 500명 정도가 2주 만에 다시 송환됐다. 문제는 로힝야들이 그들의 본향 라카인주로 강제 송환되면 그곳에서 로힝야는 또다시 "불법 이주민"이 된다는 점이다.
305p 자니가 라카인주에서 방글라데시로 국경을 넘은 후 밀항선에 오른 건 2012년 11월 초다. 이후 페낭에 도착하기까지 두 달 반 넘게 그는 다리를 펴 본 기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