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책] 춤추고 싶은데 집이 너무 좁아서(공선주, 오로민경, 이승지, 이유경, 전솔, 파시클출판사)

simpleksoh 2026. 8. 7.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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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p 통치에 부역했다는 증거를 찾으며, 로힝야들이 이렇게 된 것은 가해자로서 받아도 되는 처벌이라는 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투영해 로힝야 사태를 받아들이며, 피해자와 가해자 구도로 '학살'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한 것일까? 얼마 전 팔레스타인 난민 정착촌이 계획적으로 파괴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누가 공격했는가에 대한 이스라엘의 가짜뉴스는 그들이 발사한 미사일보다 더 강한 무기로 작용했다. 한국에서 이스라엘 연대를 외치는 시민과 팔레스타인 연대를 외치는 시민이 대립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자료의 가치와 신뢰도, 그리고 사실관계를 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계획적인 학살 아래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긴급함을 먼저 알아채야 하는 것 아닐까? 모든 것을 떠나서, 제노사이드라는 반복되어서는 안 될 이유로도 옹호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죽어도 되는 생명이 있다는 말 앞에서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야 하는 것 아닌가?

 

57p 난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기존 방글라데시 사라들이 일자리를 많이 잃기도 했다고 비바가 말해주었다. 안 그래도 낮은 방글라데시의 평균임금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난민들은 비공식적으로라도 일자리를 구할 수 있어서 좋지만, 방글라데시의 노동환경은 점점 열악해지는 것에 대해선 복잡한 심경이 들었다. 가난한 이들은 점점 더 가난해질 수 밖에 없는 환경에서 그래도 아직까지 방글라데시 사람들과 로힝야 사람들은 큰 반목 없이 같은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 난민이 대거 유입될 당시, 방글라데시 총리가 난민들을 수용하기로 결정해서 이렇게 다 같이 살 수 있게 되었다고 들었다. 만약 한국이었어도 이렇게 할 수 있었을까.방글라데시 사람들은 이제 체념 수준이 되어서 '100만 명을 뭐 어떻게 하겠어? 같이 살아야지'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한다고 한다.

 

183p 미얀마 양곤에서 단골이었던 택시 기사 아저씨는 인도 출신의 기독교인이었다. 그는 택시 안에 큰 십자가상을 두고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다녔다. 누가 봐도 버마족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안전을 위해 내가 기독교인이라고 늘 외쳐야 한다고 했다. 미얀마 안에서는 비불교도인들이 자신의 안전을 위해 다른 소수자들을 품지 못한다. 그것이 소수의 죽음에 침묵하게 하는 사회적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185p 아누아라 베굼은 1992년 라카인에서 콕스바자르로 피신한 부모가 1999년에 낳은 여성으로 난민 캠프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그래서 미얀마가 반세기에 걸쳐 로힝야에게 행한 제도적 차별과 2017년의 집단학살을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아누아라는 태어날 때부터 난민이었지만, 캠프 밖 세상을 동경하고 꿈꾸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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