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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아듀 2024상

by simpleksoh 2025. 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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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24 상'을 선정했습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마그네틱이 떨려요 상- 구매] 에어팟 프로2(블루투스 이어폰)
https://www.apple.com/kr/shop/buy-airpods/airpods-pro-2
수많은 블루투스 이어폰을 사고 버린 후 에어팟1에 정착했다.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이어폰을 사고 싶었지만 멀쩡한 에어팟2만 만지작거리던 어느 날 에어팟2가 보이지 않았다. 당혹스러운 얼굴을 하고, 설레는 손으로 가방과 옷을 뒤적여도 찾을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짝꿍은 백화점에서 싸게 샀다며 에어팟 프로2를 건네주었다. 지하철에서 음악을 듣다가 통화를 위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끄면, 누군가 내 귀에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잃어버렸던 에어팟2는 어느 날 집안 구석에서 발견되었다.
 
[손에서 놓질 못해 상- 앱] 키즈노트(어린이집 커뮤니케니션 앱)
https://apps.apple.com/kr/app/키즈노트/id527574743
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vaultmicro.kidsnote&hl=ko
2022년 연말 아이가 태어났다. 짝꿍의 출산유가와 육아휴직에 이어 내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9월까지 육아휴직을 썼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늦게 보내고 싶었다. 아직 꼬물거리는 아이가 어린이집에 있을 모습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2024년 5월, 몸과 마음이 지친 나는 아이와 낮잠을 두 번씩 자고, 하루에 한 번 겨우 외출을 했다. 짝꿍에게 어린이집을 보내야겠다고 말했다. 힘들어하던 날 보던 짝꿍도 동의했다. 그렇게 집 오분 거리에 출퇴근하시는 성인(聖人)들을 만났다. 매일 저녁 5시에 키즈노트에 아이의 사진이 올라오면 내 온몸이 기쁨으로 물든다.
 
[달팽이관 눈물바다 상- 음악] 민시티(민시티, 2025)

https://music.youtube.com/playlist?list=OLAK5uy_mSsMAeUHaWzqApCy9Y0H8l9-9ahLKpEOk&si=spMG50aIyPxoW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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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활동가 한 분이 요즘 음악 작업을 한다며 EP앨범 한장, 그리고 구상 중인 앨범에 대한 글을 보내주었다. 내밀한 자전적 이야기를 한 번에 다 읽고 깊은숨을 토해냈다. 마음이 흔들렸다. 지난 1월 9일 그 앨범이 발매되었다. 1번 트랙은 '엄마의 장례식', 마지막 트랙은 '마이 러브'다.
 
(수상소감)
"달팽이관-눈물바다상에 선정돼서 기쁘고 감사합니다. 제가 쌤 블로그 글들을 조금 읽어봤지만 글에서 온도가 느껴져서 참 좋았습니다. 그 온도 있는 글에 제가 선정되어서 기쁩니다. 고맙습니다!😄😄😄"
 
[손에 침발라 넘기는 상- 책] 마틴 루터 킹 자서전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클레이본 카슨, 바다출판사, 2015)
https://www.yes24.com/Product/Goods/69669220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 예스24

킹 목사가 남긴 단 한 권의 자서전 킹 목사는 생전에 몇 권의 책을 저술했지만, 직접 자신의 삶 전반을 다룬 자서전은 쓰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는 어떤 근거로 킹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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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에 도드라진 진보적 장애운동을 둘러싼 논쟁에 시사점이 있다.
 
p. 237
어떤 흑인 아기가 버밍햄에서 태어났다고 하자. 이 아기는 버밍햄에서 다음과 같은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아기는 빈민가에 사는 부모 밑에서 흑백차별이 있는 병원에서 태어난다. 어린이가 되어서는 흑인학교에 다녀야 하고 유색인종의 입장이 허용되는 공원이 드물기 때문에 언제나 거리에서 놀아야 한다. 연방법원이 공원의 흑백차별을 금지하자, 시 당국은 공원을 폐쇄했으며 야구팀까지 포기했다. 이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상점에 가서 물건을 살 때는 상점 규모에 관계없이 단 하나의 계산대만을 이용해야 하며, 아무리 배가 고프거나 목이 말라도 흑인구역으로 돌아가기 전까지는 참아야 한다. 이 도시는 흑인이 백인과 같은 카운터에서 식사를 하는 것을 위법으로 간주했다.

p.251 (법원의 금지명령에 대한 발언, 1963년 4월 11일)
우리는 양심상 불공정하고 비민주적이며 위헌적인 법적 절차에 의거해서 내려진 금지명령에 복종할 수 없다. 우리가 금지명령에 불복하는 것은 법을 경시하기 때문이 아니라 법을 지극히 존중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법을 빠져나가거나 법에 도전하거나 혼란과 무질서를 조장하려는 의도는 없다. 다만 우리는 양심이 살아 있는 한 불공정한 법에 복종할 수 없으며 법정을 부당하게 이용하는 행동을 존중할 수도 없다.
 
[그사람 상- 인물] 윤석열
내가 윤석열에 대한 글을 쓰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그날의 밤 전까지 그는 전 국민의 나이를 한 살 깎아준 사람이며 적어도 나에게는 학벌주의를 타파해 준 공이 있는 사람이었다. 그를 위시한 사람들의 행적을 통해 나는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던 서울대 그리고 법률가에 대한 긍정적 선입견을 일소했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설거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설거지 거리가 생길때마다 하는 사람이 있고 모아두었다 하는 사람이 있다. 수도꼭지에서 물을 두껍게 한 줄로 내려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얇게 분사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접시, 수저, 그릇, 냄비 들을 각자의 순서에 따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손에 잡히는 대로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설거지를 하다 화가 난다고 그릇을 깨서 싱크대와 마루 바닥에 파편이 난자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나는 화가 나면 그릇을 깰 것이라고 협박을 해서도 안된다. 그릇을 깰 수 있는 완력이 있다고 그릇을 깨도 될 권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신념을 가지면 무섭다는 오래된 농담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윤석열이 자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의 기본권을 빼앗으려 한 그날의 밤이 아니었다면, 올해의 '그사람 상'을 받았을 분은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생애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아이들에게 한 없는 사랑을 주고도 이내 그 아이들로부터 잊히기 마련인 그들은 내 2024년의 히어로였다.
 
한동안, 꼭 해야만 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다른 생각을 하기 어려웠다. 제주항공 참사 희생자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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