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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동자동, 소셜믹스

by simpleksoh 2020. 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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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맞은편, 지금은 아스테리움이 있는 자리에 사시던 쪽방 주민 한 분이 재개발로 인하여 남대문로5가(양동)로 거처를 옮겼다. 가난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 사는 법을 알게 한다. 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고,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2019년 12월 발표된 '양동재개발구역 정비계획안'에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흩어질 상황에 놓였다. 가난한 사람은 그만큼의 주거권을 가져야 할 터인데, 가난한 사람의 권리는 자꾸 반올림되어 영으로 수렴한다.

 

지난 1월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역 앞 쪽방촌이 철거되고, 주상복합 등 4동이 들어서는데, 그 중 두동은 민간 주택 600호, 두 동은 쪽방 주민을 위한 영구임대 370호와 행복주택 220호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누군가에게는 주상복합 주민과 쪽방 주민이 함께 사는 마을이 어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회의 과실을 따가는 사람과 배척을 당하는 사람이 누대에 걸쳐 구분되고, 양측이 서로에게 존재하지 않는 공동체, 그 둘이 함께 있는 것 자체를 견디기 어려운 사회, 오히려 어색한 것은 지금의 세상이다.

 

재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는 동자동에서도, 영등포와 같은 공공주택지구 지정을 촉구하자는 주민의 의견을 모으는 서명을 받았다. 어두컴컴한 복도와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그 계단 및 공간을 판자로 막아 방이랍시고 호수를 붙이고 월세를 받는 건물을 보았다.

 

가난하다면 그만큼은 주거권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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