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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발언문] 탈시설 미사 발언문 (2021.10.13)

by simpleksoh 2021. 10.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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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어젯밤 여의도 농성장에서 야간사수를 하여 힘들다는 핑계를 대고 발언문만 보내고는 지금 집에 누워 뒹굴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집에 머무는 시간을 정말 좋아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나의 집 안에 있는 시간을 저는 사랑합니다. 6년 전 제가 독립을 선언했을 때, 부모님은 "너는 엄마 아빠가 싫어서 나가는 것이다"라는 말로 저를 막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나왔습니다. 부모님을 좋아했지만, 한밤 중에 야식을 먹어도, 밤을 새워 드라마를 봐도, 누군가 잘했네 잘못했네 평가하지 않는, 내가 주인인 나의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0월 6일 발표된 '보건복지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로드맵'에 대한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사회복지위원회의 입장문'을 보면 동의할 수 있는 인식의 지점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비장애인과 더불어 사회에서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역사회에 충분한 지원 체계가 구축되지 않아 어려움에 놓인 중증발달장애인과 최중증장애인이 있다', '부모의 건강 악화, 사망 등으로 장애인 자녀에 대한 돌봄의 문제가 발생한다'가 그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어째서 시설에 대한 옹호로 이어지는 가는 알 수 없습니다. 시설은 무엇입니까? 보호라는 미명 아래 사람을 가두는 곳입니다. 좋은 직원이 친절하게 가둔다고 해도, 시설은 절대 갇힌 자가 주인인 공간이 아닙니다. 시설의 주인은 시설의 규칙, 룰(rule)을 정하는 자입니다. 시설의 룰을 정하는 자, 룰러(ruler)는 바로 시설 운영자입니다.

우리는 탈시설 과정에서 의사표현을 못하는 장애인의 '부모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걱정을 하기 이전에, 그렇게 의사표현을 못하는 존재로 취급 당한 장애인이 시설에 입소당할 때, 과연 누군가 그의 의사를 제대로 물을 노력이라도 했는지 걱정해야합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실효성을 내세워서, 누군가는 갇혀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고 이야기할 것인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합니다.

우리는 앞에 나온 인식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이어나가야 합니다. '왜 중증 장애인의 돌봄이 가족 안의 문제 혹은 시설 안에서 해결할 문제로 여겨지는가?',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춘 지역사회는 제공되는 것인가 아니면 만들어가는 것인가?', '왜 중증발달장애인의 의사는 여전히 확인하지 않아도 좋을 것으로 여겨지는가? 그의 의사는 정말 확인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아니면 확인하지 않는 것이 누군가에게 유리해서인가?'

'인간이 다양한 삶의 모습을 선택할 가능성'을 없애고, 그를 오로지 시설 운영자가 규정한 질서 안에 편입시켜서, 대상화하는 것은 절대 장애인 정책의 지향점이 될 수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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