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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일기를 쓴지 일주일 가량 되었습니다.

by simpleksoh 2018.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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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능력이 감소할 것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두뇌능력 저하 속도기 빠른 듯 해 걱정입니다. 두뇌 훈련에 도움이 될 까 싶어 핸드폰 대신 다이어리로 일정을 정리하니 좀 나아지는 듯도 하고, 100만원을 주고 뇌 MRI를 찍고 나서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안심도 했지만, 예전에 느꼈던 예민함과 반짝임이 다시 오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 오랜만에 일기장을 폈습니다. 몇달 전 일기는 도무지 공감이 안돼고, 누구에게 보이려는 건지 그럴싸해 보이려는 의미없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그날의 짬뽕 가격을 적어두는게 더 의미가 있겠다 싶은 일기를 보면서, 내가 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쓰는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일기조차도 나로써 쓰지 못하는, 하루 하루 주어진 퀘스트를 해결하기에 급급한, 주위 관계 안에서 내게 건내진 역할이 나의 전부인, 다른 사람이 나 자신보다도 중요한, 나 자신이 뭐가 궁금하고 뭘 좋아하는지도 잊어먹는 내가 되지 않기 위해서, 결혼을 해도 일기만큼은 배우자에게 보여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열시 정도에 책상에 앉아 일기장을 펴고 그날 가장 인상적이었던 한가지에 대해서만 적습니다. 어제는 내게 건내준 축하 안에 담겨있는, 사람이 사람에게 전하는 순수한 선의에 깊이 감사를 느끼다가도 오늘은 청첩장 모임에 나갔다가 내가 만든 이 불편한 자리에 짜증이 나기도 합니다.

일기를 쓰다가 알게된 것은 제가 궁금한게 없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호기심에 집에 찾아온 개신교 전도자에게 차를 대접하기도 하고, 학교 안의 도를 전파하는 사람이나 공산주의 모임 운영자의 전화번호를 따서 연락하고 모임을 가보기도 하고, 다단계에도 가서 다단계의 수익구조를 계속 물어보다가 쫒겨나기도 했는데, 지금은 궁금한 것이 없습니다. 그중에도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없다는데 스스로 놀랐습니다. 사람이 궁금하지 않으니 모임을 나가도 시간낭비 같아 불편하기만 하고, 누가 자기 이야기를 해도 그자리에서 듣고 흘려, 언제부터인가 새로 만나는 사람의 이름조차 외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다른 생각은 '나는 타인에게 배울 생각이 없다'에 이르렀습니다.

내가 가진 생각만 고수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을 만나면 반갑고 재밌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면 지루해하며 또 보지는 않아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내 생각을 받아들여주면 기쁘지만, 다른 사람 생각을 수용해야하면 그대로 받을 뿐, 언제부터인가 정반합의 창의성을 생각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니 예민할 필요도 반짝일 필요도 없고 무엇이 궁금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새로운 생각을 하지 않으니 뇌도 감가상각만 할 뿐이었구나 싶었습니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기를 쓰는건 재미있습니다. 혹시 쓰신다면 조금은 비싼 노트에 적당한 무게감이 있는 만년필을 사용하시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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