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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야학, 신자유주의의 도구, 아시아주민운동연대

by simpleksoh 2020.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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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비판을 들었다.

 

그제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야학의 신입교사 교육이 있었다. 신입교사에게 홈리스행동, 학생, 교사 그리고 야학활동에 대해 소개한 다음, 야학을 찾은 동기,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 활동 중에 가졌던 고민을 나누었다.

 

신입교사 중 한 분에게 관심이 갔다. 그분은 80년대 민주화 시절을 관통했고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야학에 대해 소개를 들은 뒤, 우리 야학이 다른 야학과 연대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사안 별로 이루어진 일시적 조우 외에 지속적인 관계라고 할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는 대답을 들은 뒤, 그는 야학은 다른 야학들과의 연대 안에서 다양한 고민과 관점을 상호 학습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야학 자체가 드문 시대라서 연대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가 지내온 과거와 글을 쓰는 현재 그리고 그가 가진 생각에 관심이 생겼다.

 

이후 각자의 이야기를 나눴고, 나는 10년 간의 국제개발협력 활동 중 느낀 현장과의 거리를 줄이고 싶어 국내 현장을 찾았음을 이야기했다. 그는 야학과 국제개발협력을 동일선상에 두고 단지 정도의 차이로만 보면 안 된다고 했다. 국제개발협력을 야학보다 국제기금에 가까이 두는 그의 말에는 부정적인 뉘앙스가 있었고, 나에게는 내 과거에 대한 비판으로 들렸다. 바로 반박을 하고자 하였으나, 진행자는 그 자리에 논쟁이 어울리지 않았다고 생각하였거나 혹은 이미 시간이 많이 지연되서였는지 서둘러 정리를 하고 다음 순서를 진행했다.

 

신입교사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는 그에게 야학과 국제개발협력을 다르다고 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는 돈을 주고 받는 행위가 촉발하는 주체성의 상실과 신자유주의 질서의 확장의 도구로 사용되는 해외원조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나는 로코아(아시아주민운동연대, LOCOA; Leaders and Organizers for Community Organization in Asia)와 같이 국경을 넘어 이루어지는 연대, 주민운동 경험의 확장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는 좀 전의 상황에 대해 예의있게 양해를 구했으며 나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국제개발협력은 그의 말대로 '가난한 자의 주인됨'과 반대방향을 향하는 경우가 있다. 아프리카, 중남미를 포함한 세계 여러 곳에서 유무상 원조나 차관이 어떠한 현지 의견과도 무관하게 강대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진행되고 중단되는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그런가 하면, 1970년대 산업화와 개발의 논리에 의해  인권이 유린되고 생존권을 위협당하면서도 민주화를 갈망하던 대한민국의 민주화 세력을 외면하지 않은 국경을 초월한 연대의 경험 또한 우리는 가지고 있다.

 

당사자의 자력화가 가장 앞서는 것은 자명하나, 무엇은 연대이고 무엇은 덫인지 제대로 알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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