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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을 다루는 영화인데 싸우는 장면이 없다. 누군가의 악다구니나 눈물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사라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잃어버리면 안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찔레꽃, 감나무, 어릴 적 부모님께 드렸던 코팅된 편지, 열 아홉 살에 구입해 육십 칠 세까지 사용한 나무 거울,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감정을 견디기 어려워 내가 먼저 이사를 가고 나면 남아있을 옆집 이웃들이 사라진다. 이렇게 사라지는 것들을 굳이 한 단어로 정리하면 일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영화 속 주민들이 나무를 가져와 심고 길렀듯 일상은 누군가 준 것이 아니라 내가 매일을 살아가며 만들어낸 삶의 총화다. 그 일상이 나무뿌리가 잘리듯 조각나 사라지면, 그 대신 얻는 것은 분양권, 돈이다. 재개발이 일상과 같이 갈 수는 없는 것인가.
https://www.youtube.com/watch?v=a8SGZWEaU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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