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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 방문기 5월 연휴를 앞두고, 친구가 봉하마을에 다녀오겠느냐고 물었다. 연휴 중 이틀을 보내는 계획으로는 급작스러웠으나, 아직 다녀오지 못하여 가보기로 했다. 낮 12시 즈음 화랑대역에서 출발해서 충주, 문경, 상주, 영산을 지나서 저녁 6시를 조금 넘겨 묘역에 도착했다. 봉화마을 입구에서 노란 바람개비가 환대해 주었다. 차에서 내리자 현수막이 보였다. 이곳에 있을법한, 있어야 하는 느낌을 주는 현수막이었다. 묘역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이제 그는 한 시대의 상징으로 확연히 자리 잡았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에는 한눈에 파악하기 어려운 정도의 규모가 과하다고 생각했다. 묘역 주변의 구성 자체는 복잡하지 않았는데, 묘역 주변으로 안내소와 그의 일생을 보여주는 전시공간, 그리고 잔디동산이 있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 2020. 5. 8.
[책] 사람아 아, 사람아! (다이 호우잉, 신영복 옮김, 다섯수레, 1991) 고 신영복 선생의 삶의 궤적 그리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비롯한 그의 저서에서 나는 삶의 지침들을 찾았다. 하지만 신영복 선생이 번역한 '사람아 아, 사람아!"는 한동안 읽지 못했다. 중국 현대 소설을 읽어본 적이 없었고, 문화혁명 이후의 공산주의 사회상에 대한 심리적 거리도 있었다. 그러나 사상과 사랑에서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휴머니즘은 체제와 무관하게 아름다웠고, 위기 앞에 지레 위축되는 그들에게서는 다른 시대의 나를 발견했다. 2015년 4월, 세월호가 침몰한 지 일 년이 되어가면서, 세월호를 두고 사회가 편 갈리던 어느 날, 난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전경과 대치하고 있었다. 어스름이 오는 저녁, 소수만 남은 집회 무리는 전경과 버스 벽에 둘러싸여 있었다. 세월호를 잊을 수 없는 유가족과 .. 2020. 5. 5.
홈리스, 비빌 언덕, 기본소득 나의 첫 기억은 어머니와 같이 있던 마루였다. 마루에서 빨갛고 파란 플라스틱 장난감 공구함을 가지고 놀다가, 밖으로 나와 철조망 너머의 해운대 백사장과 푸른 하늘을 보고 눈이 부시다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햇살로 짐작하건대 시간은 정오 안팎이었을 것이고 얼마 후 집에서 간식을 먹었을 것이다. 난 그 뒤 서울에서 초중고를 거쳐 대학을 졸업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미술학원에 다녔고,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어나 수학 과외 그리고 학원을 다녔었다. 초등학교 때는 영어를 곧잘 하여 부모님께서 기대를 하였었으나 별다른 두각을 보이지는 않았다. 고등학교 초반에는 수학이 발목을 잡았으나, 과외선생님의 도움이 커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었다. 대학에 간 뒤에는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기도 했.. 2020. 4. 27.
[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위성정당 18일 후에 치러지는 21대 총선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골자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 수를 일치시키는 것이다. 예컨대 전체 의석이 300석일 때, A당이 정당 지지율(비례대표 득표율) 40%를 득표한다면 이 정당이 '마땅히 가져야 할 의석'을 120석으로 본다는 것이 '연동형'의 요체다. 만약 이 정당이 지역구 선거에서 100석을 확보한다면 20석을 비례대표로 더 주고, 12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비례대표 의석은 받지 않는다. (프레시안, '비례연합' 거부한 정의당, '역할분담론'에 무게, 곽재훈 기자, 2020-03-04) 2019년 9월 심상정 의원이 대표 발의에서 밝힌 연동형 비례대표제 제안 이유는, 국회의 의석배분에 있어 국민의 의사의 왜곡을 최소화하고 지역주의를 개.. 2020. 3. 29.
[제도] 민식이법, 약육강식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민식이법)’이 어제(3월 25일) 시행되었다. 이 개정안을 악법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식이법'은 크게 사고예방(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비 의무 설치)과 처벌강화(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할 때 처벌을 강화)로 구성되어있다. cctv 설치에 필요한 예산 등 사고예방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주된 비판은 처벌 강화 조항이 운전자를 피해자로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집중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2020. 3. 26.
n번방, 사회적 낙인 'n번방'과 '박사방'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주범 중 일부는 검거되었고, 일부는 추적 중이며, 2만 명 이상의 공범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들킬까 걱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 낙인에 대한 공포가 피해자에 대한 협박의 도구였다는 점을 되새긴다"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 사건의 토대는, 사람들이 타인의 사생활에 간섭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타인의 사생활에 비집고 들어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데 있다. 타인을 내 만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데 있다. 타인을 내가 즐겁기 위해서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도 되는 존재로 대하는 데 있다. 내가 그 타인의 상황이 되어도 즐거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건은 한두 명의 범.. 2020. 3. 24.
동자동, 소셜믹스 서울역 맞은편, 지금은 아스테리움이 있는 자리에 사시던 쪽방 주민 한 분이 재개발로 인하여 남대문로5가(양동)로 거처를 옮겼다. 가난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 사는 법을 알게 한다. 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고,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2019년 12월 발표된 '양동재개발구역 정비계획안'에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흩어질 상황에 놓였다. 가난한 사람은 그만큼의 주거권을 가져야 할 터인데, 가난한 사람의 권리는 자꾸 반올림되어 영으로 수렴한다. 지난 1월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역 앞 쪽방촌이 철거되고, 주상복합 등 4동이 들어서는데, 그 중 두동은 민간 주택 600호,.. 2020. 3. 20.
코로나, 거리 거리 1 2019년 12월, 첫 환자가 발견된 뒤 2020년 3월 18일까지 전 세계에 확진자 20만여 명, 사망자 8천여 명을 발생시킨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현상을 가져왔다.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리고 피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다른 이의 집에 가는 것은 금기가 되었고,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는 말 대신 상황이 좋아지면 보자는 말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부담 없이 무기한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 사이의 거리두기'와 다름없지만, 보다 가치중립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주는 불쾌함을 피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규범의 성격을 담기도 쉽다. 그러나 그 실상은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는 사회'라는 형용 모순어.. 2020. 3. 18.
야학, 신자유주의의 도구, 아시아주민운동연대 그제 비판을 들었다. 그제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야학의 신입교사 교육이 있었다. 신입교사에게 홈리스행동, 학생, 교사 그리고 야학활동에 대해 소개한 다음, 야학을 찾은 동기,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 활동 중에 가졌던 고민을 나누었다. 신입교사 중 한 분에게 관심이 갔다. 그분은 80년대 민주화 시절을 관통했고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야학에 대해 소개를 들은 뒤, 우리 야학이 다른 야학과 연대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사안 별로 이루어진 일시적 조우 외에 지속적인 관계라고 할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는 대답을 들은 뒤, 그는 야학은 다른 야학들과의 연대 안에서 다양한 고민과 관점을 상호 학습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야학 자체가 드문 시대라서 연대가 쉽지.. 2020. 3. 16.
반려견, 한숨 난이는 살아있을 때, 집에서 똥오줌을 누지 않는 아이였다. 난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덕양구 화정동은 공원이 많았다. 당시 집 바로 앞에도 수풀과 구릉, 운동장과 놀이터가 있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면 십오 분은 걸리는 공원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나가 바람을 쐬고 별을 보기 좋은 곳이었고 그럴 때 개는 함께 있으면 좋은 동행자였다. 지금도 그때 잔디밭을 뛰어다니던 어린 딩크와 난이가 기억난다.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그러했으니, 딩크와 난이는 굳이 집에서 일을 볼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방배동으로 이사를 갔다. 진돗개가 둘이나 포함된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야만 했다. 그곳에 살 때, 딩크가 사라졌다. 그리고 방배동에서 이사를 한번 다 했고 부모님께서 노후를 생각해서 과천시 문원.. 2020. 3. 13.
난이 이야기 지금까지 살면서 개를 세 마리 길렀다. 1980년대 후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쯤, 봉천동 가파른 언덕 위 집에서 길렀던 깜돌이는 기른 지 얼마 안돼 집 뒤편 좁은 틈에 놓아둔 쥐약을 먹고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함께한 지 몇 주 안되던 때였다. 애정이 넘치던 작고 귀여운 존재의 죽음에 서럽게 울었다. 다시 개를 기른 것은 2002년, 내가 대학에 들어간 뒤였다. 집에 수험생이 사라지자, 누나는 개를 기르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던 그해 만난 두 번째 반려견은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름을 따서 딩크로 지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엄마는 족보가 있는 백구를 기르고 싶다며 난이를 데려왔다. 아비 개는 진도에서도 유명한 개였지만, 어미 개의 출처를 알 수 없던 황구 딩크와 달리, 백.. 2020. 3. 12.
퇴사 계획 2020년 2월 퇴사하였다. 동종업계의 첫 직장에서 2년을 일한 뒤, 2개월의 구직기간을 거쳐 지난 회사에서 같은 직무를 맡아 7년을 일했으니, 햇수로 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 셈이다. 7:30 일어나 출근한 뒤 퇴근할 때까지, 하루를 꼬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이 건은 결재를 해줄지, 저 건은 언제 중간보고를 해야 할지, 그 건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독심술도 없이 몇 사람의 기분과 판단을 짐작하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저녁이 된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맵고 짜고 단 저녁을 먹고 나면, 머릿속 걱정을 내일 아침까지 달래줄 예능 한편을 채 다 못 보고, 출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챗바퀴를 돌리다 퇴근을 한 뒤에는 다시 챗바퀴를 돌릴 힘을 충전했다. .. 2020. 3. 9.
퇴사 인사 2013년 4월 입사했고, 2020년 2월 퇴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 반, 때때로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지낸 동료들 안에서 NGO 활동가로서 또 교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았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기 힘든, 더 나은 국제연대의 길을 탐색하는 코빌 동지들을 찾았습니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국제협력 가톨릭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고, 봉사단을 꾸리는 실무자들과 국제협력 초보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해주신 봉사자, 후원자들을 만났습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네팔과 파키스탄을 비롯한 각지의 존경스러운 파트너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았습니다. 제 사랑스러운 짝을 만난 것도 그 시간 안이.. 2020. 3. 9.
아듀 2019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9 상'을 선정했습니다. 올해는 ‘망막껌딱지 상’과 ‘처음 본 그사람 상’만 선정되었습니다. - 망막껌딱지 상(영화): 족구왕(2013) 나는 B급 정서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B급 정서를 장르로 통칭하기에는 스펙트럼이 넓은데, 카프카의 ‘변신’을 예로 들면 어색할지 모르나, 투박하게 현실을 비튼 상상력이 주는 쾌감과 그런 상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감을 좋아한다.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로는 팀버튼의 영화나 ’새엄마는 외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터널 선샤인’ 등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상상력의 코드로 시간이동을 다루는 영화가 많다.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나누던 대화는 빨간 웨딩드레스가 펄럭이는 .. 2019. 12. 28.
아듀 2018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8 상'을 선정했습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마그네틱이 떨려요 상(구매): 스캐쳐스 고워크 546118 운동화친구가 신혼여행 중에 발이 너무 아파서 샀는데 남은 기간 동안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다녔다며 추천해줬다. 그러면서 장모님께도 선물했더니 장모님께서 그 신발만 신으신다는 팁도 주었다. 똑같이 구매해서 장모님께 선물하고, 신혼여행 내내 신은 뒤 지금도 일주일에 오일은 신고있다. 처음에는 신발을 신지 안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으며 디자인도 심플하여 옷에 상관없이 무난히 신을 수 있다. 구매한지 세달밖에 지나지 않아서 아직 내구성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https://www.gowalk4.co.kr/gowalk - 손에서 놓질 못해 상(어플): 서.. 2018. 12.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