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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면 그들의 대표작을 한 번씩 읽곤 했지만 대체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럴 때면 비루한 내 독서력 대신 오랜 창작 활동 후에 인정받은 그들의 작품이 지금 읽기에는 고루하다고 치부해버리곤 했다. 점점 소설을 보는 일이 줄어가고, 이제는 가끔이라도 집어드는 책이 하필 '안나 카레리나'나 하루키의 작품이다 보니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작품은 나랑 안 맞다는 되지도 않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한강의 수상 소식을 듣고도, '아 출판 업계가 좀 잘 되겠네' 하는 반가운 마음 뿐이었다. '한 권 정도는 봐볼까? 지금 사려면 살 수는 있나?'라고 생각을 하던 퇴근길, 삼각지역 환승 통로 서점 매대에서 무더기로 쌓여있는 '채식주의자'를 보았다. 여기저기 완판이니 매진이니 하는 단어가 가득한 세상이지만, 노벨상을 수상한 소설가의 대표작은 출퇴근 길 한 복판에서 너무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무려 10% 할인을 받고서.
처음 본 한강의 소설은 하루키의 그것 만큼이나 재밌었다. 어쩌면 내가 그동안 가진 노벨문학상에 대한 편견은 그들의 작품을 원어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또다른 변명을 생각하게 만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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