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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고양이의 보은

by simpleksoh 2013.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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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일어나니 대문 앞에 죽은 쥐 한마리가 있단다. 도둑고양이를 한마리 가끔식 밥을 주니 웬 고양이의 보은인가 싶었다. 

 3개월정도 전에 주먹만한 고양이가 나타났다. 개를 기르면서 네발달린 짐승이 남같지 않아진 엄마는 도둑고양이를 잘 챙긴다. 이전에도 그렇게 한마리를 먹인 적이 있었는데, 사람을 너무 안무서워하다 동네 애들한테 나뭇가지로 목을 관통당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새로 온 새끼고양이는 잠은 근처 다른 집에서 자는지 아침 저녁 밥먹을 때만 온다. 우리 뿐 아니라 주위 다른 집에서도 이뻐하는지 배곯는 일은 별로 없는 듯 하다. 우리 집 앞에 사람들이 생선 뼈다귀를 버리는게 고양이 밥주는게 맞다면 말이다. 

 겨울동안 너무 살이 쪄서 동네 다른구역(?) 고양이들과 차별화된 새끼고양이를 난 돼지라고 부른다. 엄마는 행복이, 다른 사람은 나비라고 부르는 것 같다.(이사람 창의력 교육이 필요하다) 이 돼지가 며칠 안보이더니 오늘 아침 갑자기 홀쭉해져서 예전 새끼고양이자태로 돌아왔다.

  저녁에 개를 산책시키려고 나가는데 딩크가 집앞부터 힘을 빡주고 움직이지 않길래 줄을 꽉잡고 봤더니 돼지가 그대로 앉아있다. 원래는 개가 보이기만 하면 바로 도망가는데 이상하게 그냥 그대로 움직이지도 않는다. 이 돼지가 딩크를 무시하는구나 했는데, 어째 돼지의 가르릉 소리와 돼지 얼굴이 매치가 잘 안된다. 우선 개를 묶어놓고 잘 보니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가 복수로 나는걸 보니) 새끼를 낳은 것이다. 흔히 하는이야기 티비에서 쉽게 본 장면이지만 개가 얼굴을 맞대고 으르렁 거려도 움직이지도 않는 돼지는 이제 겨우 3~4개월된 새끼 고양이.

  고양이가 쥐를 잡아놓고 사람이 보는데 놓아두는 것은 '주인님 칭찬해주세요'라는 뜻이라면서 엄마가 좋아하신다. 아 왠지 앞으로 굉장히 귀찮아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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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쓴 것은 2009년 3월이었다. 돼지는 여전히 건강하고, 지속적인 임신으로 수많은 아이를 나았으며 현재는 그 큰아들과 함께 살고있다. 우리는 걸어서 20분 거리로 이사했으며, 돼지밥주기는 어머니의 일일 산책 코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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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주석을 단 것은 2013년 2월이고 지금은 2015년 1월이다. 우리 어머니는 여전히 그곳을 다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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