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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 민식이법, 약육강식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민식이법)’이 어제(3월 25일) 시행되었다. 이 개정안을 악법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식이법'은 크게 사고예방(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비 의무 설치)과 처벌강화(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할 때 처벌을 강화)로 구성되어있다. cctv 설치에 필요한 예산 등 사고예방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주된 비판은 처벌 강화 조항이 운전자를 피해자로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집중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2020. 3. 26.
n번방, 사회적 낙인 'n번방'과 '박사방'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주범 중 일부는 검거되었고, 일부는 추적 중이며, 2만 명 이상의 공범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들킬까 걱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 낙인에 대한 공포가 피해자에 대한 협박의 도구였다는 점을 되새긴다"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 사건의 토대는, 사람들이 타인의 사생활에 간섭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타인의 사생활에 비집고 들어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데 있다. 타인을 내 만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데 있다. 타인을 내가 즐겁기 위해서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도 되는 존재로 대하는 데 있다. 내가 그 타인의 상황이 되어도 즐거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건은 한두 명의 범.. 2020. 3. 24.
동자동, 소셜믹스 서울역 맞은편, 지금은 아스테리움이 있는 자리에 사시던 쪽방 주민 한 분이 재개발로 인하여 남대문로5가(양동)로 거처를 옮겼다. 가난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 사는 법을 알게 한다. 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고,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2019년 12월 발표된 '양동재개발구역 정비계획안'에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흩어질 상황에 놓였다. 가난한 사람은 그만큼의 주거권을 가져야 할 터인데, 가난한 사람의 권리는 자꾸 반올림되어 영으로 수렴한다. 지난 1월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역 앞 쪽방촌이 철거되고, 주상복합 등 4동이 들어서는데, 그 중 두동은 민간 주택 600호,.. 2020. 3. 20.
코로나, 거리 거리 1 2019년 12월, 첫 환자가 발견된 뒤 2020년 3월 18일까지 전 세계에 확진자 20만여 명, 사망자 8천여 명을 발생시킨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현상을 가져왔다.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리고 피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다른 이의 집에 가는 것은 금기가 되었고,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는 말 대신 상황이 좋아지면 보자는 말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부담 없이 무기한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 사이의 거리두기'와 다름없지만, 보다 가치중립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주는 불쾌함을 피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규범의 성격을 담기도 쉽다. 그러나 그 실상은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는 사회'라는 형용 모순어.. 2020. 3. 18.
야학, 신자유주의의 도구, 아시아주민운동연대 그제 비판을 들었다. 그제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야학의 신입교사 교육이 있었다. 신입교사에게 홈리스행동, 학생, 교사 그리고 야학활동에 대해 소개한 다음, 야학을 찾은 동기,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 활동 중에 가졌던 고민을 나누었다. 신입교사 중 한 분에게 관심이 갔다. 그분은 80년대 민주화 시절을 관통했고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야학에 대해 소개를 들은 뒤, 우리 야학이 다른 야학과 연대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사안 별로 이루어진 일시적 조우 외에 지속적인 관계라고 할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는 대답을 들은 뒤, 그는 야학은 다른 야학들과의 연대 안에서 다양한 고민과 관점을 상호 학습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야학 자체가 드문 시대라서 연대가 쉽지.. 2020. 3. 16.
반려견, 한숨 난이는 살아있을 때, 집에서 똥오줌을 누지 않는 아이였다. 난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덕양구 화정동은 공원이 많았다. 당시 집 바로 앞에도 수풀과 구릉, 운동장과 놀이터가 있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면 십오 분은 걸리는 공원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나가 바람을 쐬고 별을 보기 좋은 곳이었고 그럴 때 개는 함께 있으면 좋은 동행자였다. 지금도 그때 잔디밭을 뛰어다니던 어린 딩크와 난이가 기억난다.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그러했으니, 딩크와 난이는 굳이 집에서 일을 볼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방배동으로 이사를 갔다. 진돗개가 둘이나 포함된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야만 했다. 그곳에 살 때, 딩크가 사라졌다. 그리고 방배동에서 이사를 한번 다 했고 부모님께서 노후를 생각해서 과천시 문원.. 2020. 3. 13.
난이 이야기 지금까지 살면서 개를 세 마리 길렀다. 1980년대 후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쯤, 봉천동 가파른 언덕 위 집에서 길렀던 깜돌이는 기른 지 얼마 안돼 집 뒤편 좁은 틈에 놓아둔 쥐약을 먹고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함께한 지 몇 주 안되던 때였다. 애정이 넘치던 작고 귀여운 존재의 죽음에 서럽게 울었다. 다시 개를 기른 것은 2002년, 내가 대학에 들어간 뒤였다. 집에 수험생이 사라지자, 누나는 개를 기르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던 그해 만난 두 번째 반려견은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름을 따서 딩크로 지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엄마는 족보가 있는 백구를 기르고 싶다며 난이를 데려왔다. 아비 개는 진도에서도 유명한 개였지만, 어미 개의 출처를 알 수 없던 황구 딩크와 달리, 백.. 2020. 3. 12.
퇴사 계획 2020년 2월 퇴사하였다. 동종업계의 첫 직장에서 2년을 일한 뒤, 2개월의 구직기간을 거쳐 지난 회사에서 같은 직무를 맡아 7년을 일했으니, 햇수로 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 셈이다. 7:30 일어나 출근한 뒤 퇴근할 때까지, 하루를 꼬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이 건은 결재를 해줄지, 저 건은 언제 중간보고를 해야 할지, 그 건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독심술도 없이 몇 사람의 기분과 판단을 짐작하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저녁이 된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맵고 짜고 단 저녁을 먹고 나면, 머릿속 걱정을 내일 아침까지 달래줄 예능 한편을 채 다 못 보고, 출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챗바퀴를 돌리다 퇴근을 한 뒤에는 다시 챗바퀴를 돌릴 힘을 충전했다. .. 2020. 3. 9.
퇴사 인사 2013년 4월 입사했고, 2020년 2월 퇴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 반, 때때로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지낸 동료들 안에서 NGO 활동가로서 또 교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았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기 힘든, 더 나은 국제연대의 길을 탐색하는 코빌 동지들을 찾았습니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국제협력 가톨릭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고, 봉사단을 꾸리는 실무자들과 국제협력 초보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해주신 봉사자, 후원자들을 만났습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네팔과 파키스탄을 비롯한 각지의 존경스러운 파트너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았습니다. 제 사랑스러운 짝을 만난 것도 그 시간 안이.. 2020. 3.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