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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파이란 (Failan, 白蘭, 2001)

by simpleksoh 2012.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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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송해성
각본: 안상훈, 송해성, 김해곤
출연: 최민식, 장백지
원작: 아사다 지로

     이강재의 하루는 비참하다. 학생에게 성인비디오를 대여하다, 유치장을 다녀오고, 조직의 후배들에게는 무시당하기 일쑤다. 구멍가게 아주머니에게 돈 받으러 가서도 머리를 붙잡히고 실갱이하는 강재는, 그래서 양아치 중에도 '삼류'양아치다. 심각하게 꼬인 그의 인생은 주머니 속 이어폰줄마냥 언제 그렇게 되었는 지 알 수 없고, 푸는 방법은 더욱 알 수 없다. 조직의 문제에 연루되어, 십년의 감옥생활과 고향에 돌아가 위세부릴 수 있는 배한척 살 돈 사이에서 그가 내리는 선택은 당연하다. 그에게 있어 10년이란 별다른 의미가 없다. 배한척에 10년이라면 오히려 싼셈이었다. 그때, 경찰이 찾아와 그의 아내 '이백란'이 죽었음을 통보한다. 그리고 강재는 오래전 위장결혼하였던 이백란을 찾아간다.

 

'세상은 날 삼류라 하고,이 여자는 날 사랑이라 한다'

 

 

 


 

 파이란은 강재의 결혼이라는 선택에 자신을 위함이 없을 지라도, 사랑을 느낀다. 그녀에게는 단지 주민등록등본에 인쇄된 글자 세개와 사진 한장으로밖에 존재하지 않는 이강재지만 사랑한다. 그녀는 그 마음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 편지를 보셨다면 저를 봐주러 오셨군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나는 죽습니다. 너무나 잠시였지만, 강재씨의 친절 고맙습니다. 강재씨 관하여 잘 알고 있습니다. 잊어버리지 않도록 보고있는 사이에 강재씨 좋아하게 됐습니다. 좋아하게 되자 힘들게 됐습니다. 혼자라는게 너무나 힘들게 됐습니다. 죄송합니다. 당신은 항상 웃고있습니다. 여기사람들 모두 친절하지만, 강재씨가 가장 친절합니다. 나와 결혼해 주셨으니까요. 강재씨 내가 죽으면 만나러 와주실래요? 만약 만난다면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의 아내로 죽는다는 것 괜찮습니까? 응석부려서 죄송합니다. 제 부탁 이것뿐입니다.강재씨 당신에게 줄 수 있는 것 아무것도 없어서 죄송합니다.세상 어느 누구보다 사랑하는 강재씨 안녕히.."

 


 편지를 읽은 강재는 사진밖에 본적 없는 그녀를 마음 깊숙히 담는다.

 

 

 

무겁게 죄어오는 이 감정은 순수한 마음을 보면서 느끼는 죄의식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기승전결, 클라이막스없는 영화는 사람마음을 찌르는 데가 있다.

 예전에 한 친구가 사랑을 할 때, 얼굴도 몸매도 돈도 중요하지 않다고 하였다. 나역시 동의한다. 위의 것들을 안볼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사람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는가'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없다.

 하지만, 그역시 하나의 조건임은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이조건, 저조건, 그의 조건, 나의 조건, 심지어 중요하지 않다고 믿었던 티끌처럼 작은 아쉬움이 결정적 조건이 되곤 했다. 찾아갈 사람도 아무도 없는, 이강재와 이백란은 부족한게 많았다. 인간은 본디 외로운 법이지만, 부족한 사람들은 더 절실하게 외로움을 느낀다. 외롭지 않은 척 가장할 수 있는 시간조차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은 다른 조건을 볼 여력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고, 내가 사랑할 사람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단 한가지 조건만 본 것일수도 있다.

 얼마전에 남자와 여자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포기하게 되는 조건에 대한 설문조사결과를 봤다. 남자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상대의 '경제력', 끝까지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얼굴'이었으며, 여자가 가장 먼저 포기하는 것은 '얼굴', 포기할 수 없는 것은 '경제력'이었다.

 마지막까지 포기 못하는 것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를 조건들을 버린 늦은 사랑이 여전히 재고 따지는 젊은 사랑보다 나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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