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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도] 민식이법, 약육강식

by simpleksoh 2020.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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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에 대해서만은 차량 우선의 약육강식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민식이법)’이 어제(3월 25일) 시행되었다. 이 개정안을 악법으로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다. '민식이법'은 크게 사고예방(어린이보호구역에 신호등과 과속 단속 장비 의무 설치)과 처벌강화(운전자가 어린이보호구역 안에서 어린이를 사망 또는 상해할 때 처벌을 강화)로 구성되어있다. cctv 설치에 필요한 예산 등 사고예방에 대한 논쟁도 있지만, 주된 비판은 처벌 강화 조항이 운전자를 피해자로 양산할 가능성이 있다는데 집중된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이하 같다)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제3조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

1. 어린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2. 어린이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본조신설 2019. 12. 24.]

비판은 주로 두 가지 관점에서 제기된다. 하나는 고의와 과실에 대한 구분 없이,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에 유의'라는 명확하지 않은 표현으로 주의를 기울인 운전자도 범법자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과잉처벌이다. 운전자가 법에 의해 억울한 상황에 처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김민식군의 사망을 두고, 운전자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차량 속도가 30km 이하였다는 데 주목한다. 운전자는 규정속도를 지켰다. 김민식군 또한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를 건넜으므로 법을 어기지 않았다. 양자가 악의는 없었으나, 운전자는 구속되었고 보행자는 사망했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나, 동네 이면도로에서 보행자는 차량의 눈치를 보고 길을 건너야 한다. 운전자가 보행자를 인지하고, 차량이 멈추어 설 의지가 있는 속도인지 여부가 확실해진 후에 보행자가 갈 수 있다. 마을 도로에서,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약육강식의 질서가 성립되는 것이다. 둘 다 갈 수 있는 길이라면, 다치기 싫은 보행자는 차량이 허락해야만 갈 수 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횡단보도는 2톤에 육박하는 무게로 강철을 두르고 시속 30km로 달리는 차량과 13세 미만 어리아이가 함께 다니는 곳이다. 시속 23km로 달리는 차량에 치여도 어린이는 사망하지만, 운전자는 차 안에 앉아있고, 그중 27%는 30km의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는다.
공원에서 사람들은 걸을 수도, 뛸 수도, 캐치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람을 죽일 수 있는 150km 강속구 투수가 공인 야구공을 던진다면, 응당 누군가 맞고 다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상태에서 던져야 한다. 걷는 사람의 고의성 없는 과실은 누군가의 발을 밟는 정도가 대다수일 테지만, 강속구 투수의 고의성 없는 과실은 사람을 죽일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등ㆍ하교 시간에 집중되어있고, 차대 사람 사고가 전체 사고에서 85.3%이며, 차대 사람 사고 유형에서 횡단 중 발생한 사고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사고 사유는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횡단보도에 보행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운행) 41%, 운전자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23%, 신호위반 17% 등 운전자 부주의가 큰 비율을 차지했다.(도로교통공단 공단 보도자료, 2020년 3월 25일)

위험물품을 소지하면 응당 그에 대한 주의 의무가 생긴다. 횡단보도에서 차도 사람도 적법하게 지나가다 20km로 달리는 차가 사람을 치어 사망하게 하면, '30km 이하니까 합법이다', '운전자는 죄가 없고 억울하다'라고 하는게 아니라, 사람과 차가 함께 있는 공간에서 20km로 사고가 나도 사람이 죽기 때문에, 제한속도를 더 낮추거나, 그래도 위험하면 차량과 사람이 분리되게 공간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논리가 진행되어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 규정속도를 10km 낮춘다거나 벌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것은 궁극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최소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 보행자에 대해서만은 차량 우선의 약육강식의 질서가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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