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여름, 여느때와 같이 인터넷 연예면이 바빴다. 그즈음의 주인공은'슈퍼스타K 3'이었다. 세련미와 열정 그리고 스토리가 있던 '울랄라 세션'과 독특한 매력이 있는 '투개월'등이 기사주제가 되었다. 그리고, 제작진과 마찰이 있던 '예리밴드'의 탑텐포기와 '버스커버스커'의 추가합격도 인터넷 창에 오르내렸다.
회사 동료 한분이 '버스커버스커'의 외국인에게 수업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귓가를 스치던 '버스커버스커'가 눈에 들어왔다.
동료는 그 밴드가 대학교수와 학생이 동료로 함께하는 것도 신기했지만, 또 재밌는 것은 장범준군이라고 했다. 학교 길가나 잔디밭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는 장범준 군은 종종 이상한 사람같아 보였다고 했다.
인문계열이면 경영, 경제 혹은 국제통상학과에 전공, 전공이 안되면 복수전공을 걸어놔야 하는 요즘. 1학년때부터 금융관련 자격증을 준비하고, 취업스터디가 동아리의 자리를차지하고 있는 요즘 대학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길거리에서 혼자 노랠 부르던 사람이 이렇게 자신의 실력을 펼칠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의 내공은 그 안에 쌓이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실패에 좌절했는지 모를 일이다.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보낸 시간이 실력으로 나타나는 건, 그가 자신의 시간을 정직하게 썼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며, 또 자신의 시간을 정직하게 쓰고 있는 수많은 선배와 후배들을 함부로 이야기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들의 노력 역시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심으로 그러하길 바란다.
요즘은 버스커버스커가 다시 부른 패닉의 정류장을 따고 있는 중이다. 기초가 없는 저주받은 손가락은 여전히 허공을 가르고, 엉덩이는 축축해져온다.
<정류장, 버스커버스커, 2011>
해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
불어오는 바람 어쩌지도 못한 채
난 그저 멍할 뿐이였지
난 왜 이리 바보인지 어리석은 지
모진 세상이란 걸 아직 모르는 지
터지는 울음 입술 물어 삼키며
내려야지 하고 일어설 때
저 멀리 가까워 오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언제부터 기다렸는지 알 수도 없는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그댈 봤을 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워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낙엽이 뒹굴고 있는 정류장 앞에
희미하게 일렁이는 까치발 들고
내 얼굴 찾아 헤매는
내가 사준 옷을 또 입고 그댈 봤을 때
워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댈 안고서 그냥 눈물만 흘러
자꾸 눈물이 흘러
이대로 영원히 있을 수만 있다면
워 그대여 그대여서 고마워요
버스커버스커 정류장: http://www.youtube.com/watch?v=MehQyCsmLv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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