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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회적 낙인 'n번방'과 '박사방'이라는 텔레그램 대화방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한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주범 중 일부는 검거되었고, 일부는 추적 중이며, 2만 명 이상의 공범들은 자신들의 활동이 들킬까 걱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 대해 "사회적 낙인에 대한 공포가 피해자에 대한 협박의 도구였다는 점을 되새긴다"는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의 견해에 동의한다. 이 사건의 토대는, 사람들이 타인의 사생활에 간섭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타인의 사생활에 비집고 들어가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여기는 데 있다. 타인을 내 만족을 위한 도구로 보는 데 있다. 타인을 내가 즐겁기 위해서 이리 비틀고 저리 비틀어도 되는 존재로 대하는 데 있다. 내가 그 타인의 상황이 되어도 즐거울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건은 한두 명의 범.. 2020. 3. 24.
동자동, 소셜믹스 서울역 맞은편, 지금은 아스테리움이 있는 자리에 사시던 쪽방 주민 한 분이 재개발로 인하여 남대문로5가(양동)로 거처를 옮겼다. 가난은 사람들이 서로 기대 사는 법을 알게 한다. 십 년이 조금 안 되는 시간 동안 익숙해졌고, 양동 쪽방촌 주민들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되었다. 2019년 12월 발표된 '양동재개발구역 정비계획안'에는 쪽방촌 주민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흩어질 상황에 놓였다. 가난한 사람은 그만큼의 주거권을 가져야 할 터인데, 가난한 사람의 권리는 자꾸 반올림되어 영으로 수렴한다. 지난 1월 19일 국토부와 서울시는 '서울 영등포 공공주택 지구' 정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역 앞 쪽방촌이 철거되고, 주상복합 등 4동이 들어서는데, 그 중 두동은 민간 주택 600호,.. 2020. 3. 20.
코로나, 거리 거리 1 2019년 12월, 첫 환자가 발견된 뒤 2020년 3월 18일까지 전 세계에 확진자 20만여 명, 사망자 8천여 명을 발생시킨 '코로나19'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낯선 현상을 가져왔다. 누군가와 만나지 않는 것이 상식이 되었고, 어쩔 수 없이 만날 때는 얼굴을 가리고 피하는 것이 예의가 되었다. 다른 이의 집에 가는 것은 금기가 되었고, 나중에 밥 한 끼 하자는 말 대신 상황이 좋아지면 보자는 말로 타인과 나의 관계를 부담 없이 무기한 연기할 수 있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인간 사이의 거리두기'와 다름없지만, 보다 가치중립적이고, 직접적인 표현이 주는 불쾌함을 피할 수 있으며 공식적인 규범의 성격을 담기도 쉽다. 그러나 그 실상은 '인간 사이에 거리를 두는 사회'라는 형용 모순어.. 2020. 3. 18.
야학, 신자유주의의 도구, 아시아주민운동연대 그제 비판을 들었다. 그제 작년부터 참여하고 있는 야학의 신입교사 교육이 있었다. 신입교사에게 홈리스행동, 학생, 교사 그리고 야학활동에 대해 소개한 다음, 야학을 찾은 동기,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 활동 중에 가졌던 고민을 나누었다. 신입교사 중 한 분에게 관심이 갔다. 그분은 80년대 민주화 시절을 관통했고 지금은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글로써 풀어내고 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그는 야학에 대해 소개를 들은 뒤, 우리 야학이 다른 야학과 연대를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사안 별로 이루어진 일시적 조우 외에 지속적인 관계라고 할만한 것은 찾기 어려웠다는 대답을 들은 뒤, 그는 야학은 다른 야학들과의 연대 안에서 다양한 고민과 관점을 상호 학습할 수 있는데, 요즘은 야학 자체가 드문 시대라서 연대가 쉽지.. 2020. 3. 16.
반려견, 한숨 난이는 살아있을 때, 집에서 똥오줌을 누지 않는 아이였다. 난이와 함께 살기 시작한 덕양구 화정동은 공원이 많았다. 당시 집 바로 앞에도 수풀과 구릉, 운동장과 놀이터가 있고 천천히 한 바퀴를 돌면 십오 분은 걸리는 공원이 있었다. 별생각 없이 나가 바람을 쐬고 별을 보기 좋은 곳이었고 그럴 때 개는 함께 있으면 좋은 동행자였다. 지금도 그때 잔디밭을 뛰어다니던 어린 딩크와 난이가 기억난다. 나뿐만 아니라 온 가족이 그러했으니, 딩크와 난이는 굳이 집에서 일을 볼 필요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서 우리는 방배동으로 이사를 갔다. 진돗개가 둘이나 포함된 우리 가족은 마당이 있는 집을 구해야만 했다. 그곳에 살 때, 딩크가 사라졌다. 그리고 방배동에서 이사를 한번 다 했고 부모님께서 노후를 생각해서 과천시 문원.. 2020. 3. 13.
난이 이야기 지금까지 살면서 개를 세 마리 길렀다. 1980년대 후반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쯤, 봉천동 가파른 언덕 위 집에서 길렀던 깜돌이는 기른 지 얼마 안돼 집 뒤편 좁은 틈에 놓아둔 쥐약을 먹고 피를 토하고 죽었다. 함께한 지 몇 주 안되던 때였다. 애정이 넘치던 작고 귀여운 존재의 죽음에 서럽게 울었다. 다시 개를 기른 것은 2002년, 내가 대학에 들어간 뒤였다. 집에 수험생이 사라지자, 누나는 개를 기르고 싶다고 부모님을 졸랐다. 월드컵의 열기로 뜨겁던 그해 만난 두 번째 반려견은 당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의 이름을 따서 딩크로 지었다. 그리고 6개월 뒤, 엄마는 족보가 있는 백구를 기르고 싶다며 난이를 데려왔다. 아비 개는 진도에서도 유명한 개였지만, 어미 개의 출처를 알 수 없던 황구 딩크와 달리, 백.. 2020. 3. 12.
퇴사 계획 2020년 2월 퇴사하였다. 동종업계의 첫 직장에서 2년을 일한 뒤, 2개월의 구직기간을 거쳐 지난 회사에서 같은 직무를 맡아 7년을 일했으니, 햇수로 십 년 동안 한 가지 일을 한 셈이다. 7:30 일어나 출근한 뒤 퇴근할 때까지, 하루를 꼬박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았다. 이 건은 결재를 해줄지, 저 건은 언제 중간보고를 해야 할지, 그 건은 대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독심술도 없이 몇 사람의 기분과 판단을 짐작하고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다 보면, 저녁이 된다. 집에 돌아와 스트레스를 풀어줄 맵고 짜고 단 저녁을 먹고 나면, 머릿속 걱정을 내일 아침까지 달래줄 예능 한편을 채 다 못 보고, 출근을 위해 잠을 청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챗바퀴를 돌리다 퇴근을 한 뒤에는 다시 챗바퀴를 돌릴 힘을 충전했다. .. 2020. 3. 9.
퇴사 인사 2013년 4월 입사했고, 2020년 2월 퇴사했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한 감사한 시간이었습니다. 하루 여덟 시간 반, 때때로 그 이상의 시간을 함께 지낸 동료들 안에서 NGO 활동가로서 또 교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았습니다. 하나의 문장으로 명료하게 설명하기 힘든, 더 나은 국제연대의 길을 탐색하는 코빌 동지들을 찾았습니다. 존재만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는 국제협력 가톨릭 활동가들을 알게 되었고, 봉사단을 꾸리는 실무자들과 국제협력 초보 활동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같은 마음을 가지고 각자의 방식으로 함께 해주신 봉사자, 후원자들을 만났습니다. 길을 잃을 때마다, 네팔과 파키스탄을 비롯한 각지의 존경스러운 파트너 안에서 제 역할을 찾았습니다. 제 사랑스러운 짝을 만난 것도 그 시간 안이.. 2020. 3. 9.
아듀 2019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9 상'을 선정했습니다. 올해는 ‘망막껌딱지 상’과 ‘처음 본 그사람 상’만 선정되었습니다. - 망막껌딱지 상(영화): 족구왕(2013) 나는 B급 정서가 있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B급 정서를 장르로 통칭하기에는 스펙트럼이 넓은데, 카프카의 ‘변신’을 예로 들면 어색할지 모르나, 투박하게 현실을 비튼 상상력이 주는 쾌감과 그런 상황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현실감을 좋아한다. 이런 느낌을 주는 영화로는 팀버튼의 영화나 ’새엄마는 외계인’,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이터널 선샤인’ 등을 좋아한다. 요즘에는 상상력의 코드로 시간이동을 다루는 영화가 많다. ‘어바웃타임’에서 주인공과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나누던 대화는 빨간 웨딩드레스가 펄럭이는 .. 2019. 12. 28.
아듀 2018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8 상'을 선정했습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마그네틱이 떨려요 상(구매): 스캐쳐스 고워크 546118 운동화친구가 신혼여행 중에 발이 너무 아파서 샀는데 남은 기간 동안 발이 아픈 줄도 모르고 다녔다며 추천해줬다. 그러면서 장모님께도 선물했더니 장모님께서 그 신발만 신으신다는 팁도 주었다. 똑같이 구매해서 장모님께 선물하고, 신혼여행 내내 신은 뒤 지금도 일주일에 오일은 신고있다. 처음에는 신발을 신지 안은 것 같은 착각이 들었으며 디자인도 심플하여 옷에 상관없이 무난히 신을 수 있다. 구매한지 세달밖에 지나지 않아서 아직 내구성은 확인하지 못하였다. https://www.gowalk4.co.kr/gowalk - 손에서 놓질 못해 상(어플): 서.. 2018. 12. 23.
일기를 쓴지 일주일 가량 되었습니다. 운동능력이 감소할 것만 생각했었는데, 요즘은 두뇌능력 저하 속도기 빠른 듯 해 걱정입니다. 두뇌 훈련에 도움이 될 까 싶어 핸드폰 대신 다이어리로 일정을 정리하니 좀 나아지는 듯도 하고, 100만원을 주고 뇌 MRI를 찍고 나서 문제 없다는 말을 듣고 안심도 했지만, 예전에 느꼈던 예민함과 반짝임이 다시 오긴 어렵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제 무엇을 했는지도 기억하기 쉽지 않아서 오랜만에 일기장을 폈습니다. 몇달 전 일기는 도무지 공감이 안돼고, 누구에게 보이려는 건지 그럴싸해 보이려는 의미없는 문장이 많았습니다. 차라리 그날의 짬뽕 가격을 적어두는게 더 의미가 있겠다 싶은 일기를 보면서, 내가 쓴게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시 쓰는 일기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자칫하다가는.. 2018. 9. 20.
아듀 2017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7 상'을 선정했습니다. 각 부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마그네틱이 떨려요 상(구매): 미니 수염 틸란드시아온라인으로 삼 만원 쯤 주고 여섯 개를 샀다. 올해 이사를 한 뒤 창문을 열었는데, 폭죽처럼 퍼지는 검은 먼지에 놀라 구입했다. 식물을 기르는데 익숙치 않아 절반만 살아남았다. 성능은 미지수지만 심리적인 효과는 100점 만점에 99점이다. - 손에서 놓질 못해 상(어플)카카오뱅크난 카카오톡을 싫어한다. 기다리는 연락이 없어도 습관처럼 대화창과 채널을 오가기 일쑤다. 어플을 키고 뭔가를 한다는 느낌도 없이 숨쉬듯 이용할 수 있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되지만 내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다. 카카오뱅크는 그 연장선에 있다. 케이뱅크와 비교해도 속도와.. 2018. 1. 8.
도둑 1,400미터, 정상에 위치한 네팔 따레빌 스쿨 운동장에 우리가 탄 버스가 들어서자 유치원부터 8학년까지 60여명의 아이들이 환호를 보냈습니다. 저녁에 올라간 터라 서둘러 짐을 풀고 모기장을 설치하고, 샤워실을 만드는 동안 근처 아이들이 주위를 맴돌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도 아이들이 보였습니다. 학교 바로 앞에 사는 자매, 오분 거리에 사는 소년, 20분 거리에 사는 형제 이 다섯명은 아침 저녁으로 학교에 와서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다 쓰레기를 뒤져 뽁뽁이를 갖고 놀 뿐, 먹을 것을 권해도 아이 하면서 칼같이 거절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를 귀찮게 하거나 얻어먹지 말라고 단단히 주의를 주었지 싶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은 그중 한 아이를 손가락질하며 저녀석이 작년에 띠앗누리 물건을 훔쳤던 아이니까 조심하라고 .. 2017. 9. 8.
딩크 이야기 2002년 생, 전문 애견인인 큰외삼촌이 아끼는 챔피언 개가 산에서 낳아온 진돗개다. 내가 대학에 들어간 후 누나가 개를 기르고 싶다고 부모님을 설득하고 얻어왔다. 월드컵 열풍을 따서 히딩크라고 이름을 지었는데, 주로 오딩크라고 불렀다. 눈이 크고 애교가 많다. 가족이라면 죽고 못살며 가족간에 싸우는걸 싫어했다. 한번은 누나와 내가 크게 싸우는데, 딩크가 옆에서 왔다갔다 안절부절하다 뒷발로 서서 앞발을 누나에게 걸쳤다. 난 그 움직임을 보고 공세에 있는 누나를 밀쳤다고 생각했고, 누나는 수세에 있는 본인을 위로해주려고 안겼다고 생각했다. 첫정이 무서운지 가족 모두 딩크를 예뻐했고, 딩크는 가족밖에 몰랐다. 딩크보다 6개월 어린 난이는 못생기고 애교도 없으며 짜증이 많고, 딩크밖에 몰랐다. 삼각관계같다고 .. 2017. 2. 9.
아듀 2016 상 올해를 정리하며 개인적인 '아듀 2016 상'을 선정했습니다. 각 분문 수상자는 아래와 같습니다. - 마그네틱이 떨려요 상: JYSC 후드 패딩 점퍼가을에 바자회에서 만원을 주고 샀다. 겉이 질기고 두툼하며 가볍다. 라이터로 실밥을 태워도 티가 나지 않고, 안쪽에 주머니 천이 얇아 구멍이 났지만 꿰매니 감쪽같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맘에 든다. 수상은 실패했지만, '명화그리기 DIY'도 만족스럽다. 부담감이 있어 구매 후 한참 뒤 시작했지만, 이후 틈만 나면 붓을 잡았다. 내손으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http://www.ticketmonster.co.kr/deal/163253405?is_adult=N&adult_type=N&keyword=%EB%AA%85%ED%99%94%EA%B7%B8.. 2016. 12. 30.